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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캐나다 무역 협상 깨뜨린 레이건의 1987년 연설…"관세, 고물가·경쟁 저하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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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을 중단시킨 1987년 4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지원한 광고에 고율 관세에 반대하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이 담기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지독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양국이 진행 중이던 무역 협상도 전면 중단시켰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캐나다에서 방영된 광고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7년 연설이 담겼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라디오를 통해 전달된 5분짜리 이 연설은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과 자유무역에 대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지 입장이 포함됐다.

여전히 미국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역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입장을 가졌었다는 사실이 광고를 통해 확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캐나다가 속임수를 쓰다 들켰다"며 "그들은 로널드 레이건이 관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거짓 광고를 냈는데, 사실 그는 우리나라와 국가 안보를 위해 관세를 매우 좋아했다"고 썼다. 이어 "캐나다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에서 미국 대법원에 불법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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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불임 치료 보험 적용 확대 관련 발표 행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상화 앞에서 연설하던 중 잠시 말을 멈췄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10.25 [email protected]

◆ 순서 일부 변경됐지만 발언 자체는 수정 안 돼

해당 광고에 담긴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은 "누군가가 '해외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고 하면 미국 상품과 일자리를 지키는 애국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때때로 그것은 단기적으로 통하지만, 단기에 그칠 뿐"이라는 발언으로 시작한다.

1분짜리 광고에서 이 발언은 초입 부분에 나오지만 실제 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는 이 발언이 중간에 나온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실제 연설은 당시 일본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며 최근 무역과 관련한 이견이 논의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당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과 무역 마찰로 일본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였다.

연설의 중간까지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번영과 경제 개발은 자유무역만이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며 대공황 당시 통과된 고율 관세 법안은 더 나빴다고 평가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그러한 무역 장벽은 모든 미국인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준다"고 했다.

광고에서 해당 문장은 첫 문장 바로 뒤에 나오지만 실제로는 첫 문장보다 1분 이상 먼저 등장하며 일본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내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온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부 기업들이 불공정한 무역에 관여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미국과 협정을 위반한 행위"라면서 당시 대일본 관세 부과가 예외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후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그는 "결국 일어나는 것은 우선 자국 산업들이 관세의 형태로 정부의 보호에 의존하게 되고 그들은 경쟁을 멈추며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경영과 기술적 변화를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나서 이런 것들이 발생하는 중에 더 안 좋은 것이 일어난다"며 "고율 관세는 불가피하게 외국의 보복으로 이어지며 무서운 무역전쟁을 촉발한다"고 경고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리고 최악이 발생한다"며 "시장은 위축되고 무너지며 기업과 산업은 문을 닫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경제적 이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제 자유무역에 대한 이 메시지는 몇 주 전 캐나다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던 내용이기도 하며 그 곳에서도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면서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모든 국가의 번영으로 가는 길은 보호무역주의 입법을 거부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은 실제로도, 캐나다의 이번 광고에서도 "미국의 일자리와 성장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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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사진=블룸버그]2025.10.25 [email protected]

◆ 트럼프, '보수의 아이콘' 레이건과 입장 대치에 심기 불편

캐나다에서 이 같은 발언이 담긴 광고를 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의 지독한 행태를 근거로 캐나다와 모든 무역 협상은 중단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내보낸 광고가 "가짜"이며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에 대한 평결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여전히 많은 공화당 지지자에게 존경받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자신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것이 알려지면서 지지층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친 자유무역 레거시가 여전히 그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여기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 보호주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공화당원들에게 불편한 쟁점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확고한 자유무역 옹호 입장이 최근 미국 정치에서 초당적으로 확산한 보호무역주의적 흐름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상당 부분 레이건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9년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며 레이건 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미국의 발전적 친밀감"을 강조했다. 1988년 1월 마지막 국정연설에서도 "우리의 목표는 남미 최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에서 북극권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무역의 흐름이 서반구의 모든 국민을 상호 이익적인 교류의 유대로 하나로 묶는 날이 돼야 한다"고 했었다.

다만 레이건 재단은 성명을 내고 해당 광고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왜곡하고 있으며, 온타리오주 정부가 해당 발언을 사용하거나 편집할 허가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협상에 다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우리는 미국인들이 준비되면 이러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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