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화 스와프 이어 "소고기 수입 검토" 아르헨 구하기 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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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환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 구하기에 나서면서 국내 농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28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제공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를 수입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지만 축산농가의 반발만 초래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아르헨티나는 생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소고기를 일부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미국 내 소고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수출품인 소고기를 미국이 수입해 아르헨티나도 돕고 미국의 국내 물가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소고기생산자협회(NCBA)의 콜린 우드올 최고경영자는 "이 계획은 미국 축산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혼란만 초래할 뿐, 식료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농장주·축산업자 법률대응기금(R-CALF)의 빌 불라드 대표 역시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은 다국적 육류 가공업체들만 이익을 얻는 조치"라며 "국내 소비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아르헨티나와의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2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기금 조성도 추진하는 등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전폭 지원중다. 하지만 미국 농가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달 아르헨티나가 대두 수출세를 폐지하고 중국으로의 수출을 대폭 늘리자 농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에 따르면 9월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2018년 11월 이후 7년 만에 '0'을 기록한 반면, 아르헨티나산 대두 수입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91.5%) 급증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환 위기국에 막대한 금융지원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미국 농민은 주요 수출 시장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서부 주요 대두 농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우리를 버렸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막바지 세부 쟁점을 놓고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부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려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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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0월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는 관세마찰 등으로 대두 농가 등 대부분의 농축산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축산업자와 소 사육 농가만이 농업 분야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종종 대립하며 소송까지 벌여왔던 NCBA와 R-CALF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축산업계 전반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통화 스와프를 승인한 데 이어, 추가적으로 소고기 거래까지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며 "밀레이 대통령 지원을 위한 이중 전략이 농가와 의회 내 보수층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해당 기사 제목을 '아르헨티나 구제 뒤 새로운 분노를 부른 트럼프의 소고기 카드'로 달았다.
'미국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소고기 수입 계획이 농들민과 축산업계의 거센 반발로 한 발자국도 떼지 못 하고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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