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없이 살아보기? "세계 교역 85%를 위한 새 로드맵 구축 중"
컨텐츠 정보
- 249 조회
- 22 추천
- 목록
본문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이후 미국을 대체할 시장과 새로운 교역로를 찾아나서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제 교역의 85%는 미국 바깥에서 이뤄져 왔는데, 그 85%의 세계 안에서 새로운 무역 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15일자 블룸버그 기사는 글로벌 교역의 이러한 최신 동향을 입체적으로 짚었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수입한다. 중국은 수확 철을 맞은 미국산 대두를 멀리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대두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오랜 앙숙이던 인도와 중국은 양국 직항노선을 다시 열고 희토류 거래도 재개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도 예외 없이 분주하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미국 진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판로 찾기에 한창이다. 페루는 블루베리 판매처를 아시아로 넓히려 발품을 팔고 있고 섬유업이 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레소토의 경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로 판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14개 국가들은 상호 무역과 투자 촉진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Future of Investment and Trade: FIT 파트너십)을 결성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태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2.0' 보호주의가 추동한 이러한 변화를 두고 "세계 무역의 85%는 미국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상기시킨다"고 평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던 경고 역시 현재로선 기우에 그치고 있는데, 미국 안에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깃발이 휘날리는 동안에도 미국 바깥 세계의 교역, 즉 세계 교역의 85%는 여전히 지속 가능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했다.
![]() |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침 이달 들어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연간 글로벌 교역(재화 교역) 증가율 예상치를 종전 0.9%에서 2.4%로 상향했다. 트럼프의 관세를 회피하려는 선(先)주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한때의 파멸적 경고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025~26년 세계 무역의 연 평균 성장률은 2.9%로 1년전 예상치(3.3%)에는 못미치지만 역시 글로벌 무역의 파탄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에서 통상 담당 위원으로 일했던 세실리아 말름스트롬(現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새로운 교역 동맹을 형성하고 기존 관계를 심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분명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들과 물류 업계는 그러한 변화를 최전선에서 목격하고 있다.
마닐라의 항만 운영회사 인터내셔널 컨테이너 터미널 서비스( ICTSI )의 크리스찬 곤잘레스 부사장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우 미국의 무역 장벽에 맞서 새로운 대체 시장 개척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는 CTSI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세계 무역 흐름은 계속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ICTSI의 주가는 올 들어 약 30% 상승했다.
수출선 다변화 및 지역별 물동량 증가율의 차별화는 중국의 무역 통계와 컨설팅 업체의 분석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8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33% 감소했지만 동남아국가연합(ASEAN)으로 수출은 23% 늘었다. 유렵연합(EU)과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도 각각 10% 및 26% 늘었다.
해운 정보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미국 시장과 주로 연결되는 환태평양 항로의 수송량은 올해 약 3% 감소할 전망이지만, 다른 항로에서는 전년보다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 |
2025년 환태평양 항로의 물동량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외 항로는 (전년보다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사진=블룸버그] |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이나 시모노프스카 경제학 부교수는 "국제무역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국가 간, 그리고 국가들의 하위 집단 간 양자 무역협정이 더 많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도 그 행렬에 뛰어들었다.
EU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 데얼라이엔 위원장은 EU는 수년간 지체했던 무역협상을 신속히 처리, 76개의 무역협정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EU는 중남미 관세동맹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무역협정 비준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25년간 끌었던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남미 7억8000만명의 소비자와 더 원활히 접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난 9월에는 동남아의 핵심 소비시장인 인도네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EU는 지난 2017년부터 협의를 시작한 EU-호주 무역협정 체결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새 지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선 크고 작은 고통도 수반된다. 미국 코넬대학의 에스와르 플라사드 교수는 앞다퉈 전개되는 양자간 혹은 경제 블록간 무역협정의 증가세가 소규모 경제를 배제하고 압박할 위험도 도사린다고 경계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공통의 규칙을 준수하던 시스템(WTO 체제)에서 모든 국가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은 미국만큼 경제적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 국가들에게는 더 가혹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