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원하는 美, 관세 카드 쥐고서 동맹 구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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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산업 안보의 핵심 자원'인 희토류를 둘러싸고 경제·외교적 힘겨루기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당장은 중국의 우위를 점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논평을 통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막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옳은 계획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들에게도 일방적인 관세 카드를 휘두르는 상황에서는 세계를 결집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BBC 역시 중국이 '희토류'라는 트럼프의 약점을 잡은 것 같다면서, 전문가들은 희토류 규제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7종의 희토류 금속에 더해 추가로 5종의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여기에는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이 포함된다.
희토류는 각종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의료기기, 드론, 토마호크 미사일 등 수많은 산업에 필수적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외국 기업들이 이러한 광물 및 대부분의 첨단 기술 제품을 수출할 때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할 예정인데, 이들의 핵심 목표는 미국이 AI 반도체, 반도체 장비, 기타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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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
◆ 관세 협박 일삼으며 동맹 결집 가능?
전날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우리는 포괄적이고 집단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며 "중국의 관료들이 전 세계의 공급망과 제조 과정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의 동맹국들, 호주, 캐나다, 인도, 그리고 아시아의 민주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현실적으로 미국 혼자서는 중국과의 군사·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베선트 장관이 말한대로 동맹국들이 단일한 전선을 구축하면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설 수 있는 더 큰 경제적 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 조선업계의 전문성과 지원을 확보하는 등 우방국과 협력하며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등도 잠재적 대체 공급처로 거론된다.
또한 국방부는 올해 여름 미국 최대 희토류 채굴업체인 MP 머티리얼스와 협력해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는 계약도 발표했다.
WSJ는 그러나 미국 내 희토류 생산을 단기·중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허가 절차 등 구조적 장애로 쉽지 않고, 수압식 셰일 프래킹 수준의 기술 혁신 없이는 상당한 양의 희토류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중국의 중상주의적 경제정책의 피해자이며, 중국이 지역을 위협하고 러시아의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행태에 불만이 크다.
하지만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공급망과 산업 기반을 향해 자신의 '관세 바주카포'를 겨누면서 미국의 우정을 스스로 훼손했고, 동맹국을 위협하는 현 정책 스탠스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선트 장관은 "만약 중국이 세계의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남겠다면, 세계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행동하지 않는 한, 중국에 맞선 '통일된 전선' 구축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 희토류 전쟁서 '中 유리' 한목소리
BBC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도 중국을 대체할 희토류 공급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아직 목표 달성에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회동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희토류 규제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공과대학 희토류 연구원 마리나 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희토류 가공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더라도, 중국을 따라잡는 데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호주의 경우 대규모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해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생산 인프라가 아직 미비해 가공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호주 에디스코완대학교 국제경영학 강사 나오이즈 맥도나는 "중국의 새로운 규제는 미국 공급망의 취약점을 겨냥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의 시점이 미국이 원하던 협상 일정과 크게 어긋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리나 장 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가공 능력 장악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관련 분야의 인재 풀을 양성하고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경쟁국보다 수년 앞서 구축했다.
뉴욕대학교(NYU) 소피아 칼란차코스 교수는 "중국은 최근 희토류 수출 규제로 향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뉴랜드 글로벌 그룹의 자 바스카르도 "중국은 워싱턴에 유리한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레버를 찾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싱가포르경영대학교의 자오 양 교수는 "중국이 단기적으로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지만, 미국도 전략적 선택지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관세 인하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데 이는 무역전쟁으로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중국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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