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유리기판 상용화 경쟁…주도권 싸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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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을 둘러싼 국내 기업 간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기존 유기기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삼성전기·LG이노텍·SKC가 잇따라 양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확보와 연결된 만큼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LG이노텍, SKC 등 국내 주요 전자부품 기업들이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차세대 핵심 성장축으로 낙점하고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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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
유리기판은 고성능 반도체 칩을 지탱하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으로, 기존 플라스틱 기반 유기기판보다 열 변형이 적고 표면이 매끄러워 초미세 회로 구현이 용이하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40% 빠르고, 전력 소모는 최대 30% 적다. AI 학습 및 연산용 반도체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특성이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기판은 그동안 GPU나 CPU, 메모리 칩 등 반도체 패키징의 표준 소재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AI 시대에 요구되는 고밀도 적층 및 고속 전송 구조를 구현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명확해 업계는 이를 대체할 소재로 유리기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리는 열 팽창이 적어 다층 구조 패키지에서도 휨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칩 간 간격을 더 좁혀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유리기판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이후 AI 반도체 패키징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인텔,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3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단순한 소재 혁신을 넘어 AI 시대의 데이터 전송·전력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며 "선제적으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기업이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71억 달러(약 9조8000억원)였지만 2028년 84억 달러(약 11조6000억원)로 18%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 반도체 수요와 빅테크의 채택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서 시제품 생산을 시작해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LG이노텍 역시 지난 4월부터 구미공장과 마곡사업장에 반도체 유리기판 시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다. 이르면 내년 고객사 인증을 거쳐 2027년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C도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세계 최초의 유리기판 양산 체제를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했으며, 현재 글로벌 고객사와 샘플 성능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검증 단계를 거쳐 상업화 준비를 마무리한 후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SKC는 한발 앞서 미국에서 양산 기반을 마련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후발주자이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누가 더 빨리 유리기판을 양산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상용화 이후에는 제품 신뢰성과 수율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며 "2026~2027년이 기술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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