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도 '메이드 인 USA' 시대...삼성·SK, 압박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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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이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는 곧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미국 현지 투자 전략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제조업 리쇼어링 기조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블랙웰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TSMC 팹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엔비디아 AI칩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올해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로, 코드명은 'GB200'이다. 이전 세대인 '호퍼(Hopper)' 대비 연산 효율을 2배 이상 높였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최적화한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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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장 중요한 단일 칩인 블랙웰이 미국 내 가장 첨단의 TSMC 공장에서 제조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재편 비전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TSMC는 4나노미터(㎚)급 공정을 적용해 블랙웰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미 두 번째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미 정부가 66억 달러(약 9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650억 달러(약 9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 내 첨단 칩 생산' 흐름이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첨단 공정의 자국 내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번 TSMC-엔비디아 협력은 그 방향성을 더욱 공고히 한 사례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첨단 칩 생산의 중심지를 자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현지 생산 확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신규 칩 및 부품 수주를 따내며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오픈AI·소프트뱅크와 함께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로 부상하며 미국 내 기술·고객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 거점으로, 엔비디아·AMD·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고객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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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
특히 블랙웰의 후속 모델인 '루빈(Rubin)'이 HBM4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AI칩 생산지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HBM4가 적용될 루빈을 어디서 생산할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미국과 대만, 한국 간 생산 거점 배분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TSMC도 여전히 대만 내 생산을 주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국내 생산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지가 관심사다. 삼성은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양산하고 있으며, 향후 평택 3·4라인, 용인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동시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고객의 요구와 기술 보안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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