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조급, 시진핑은 여유"… 미·중 무역전쟁, 버티는 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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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불과 며칠 사이 전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앞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양국은 14일에는 서로 상대국 선박에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며 갈등을 해운·물류 전선으로까지 확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을 중단해 우리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산 식용유 수입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불과 닷새 만에 자원·관세·항만이 한꺼번에 얽힌 다층적 충돌이 벌어졌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이번엔 우리가 이긴다"는 자신감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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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
◆ "정치적 계산 깔린 희토류 통제"… 서방에 '공포의 시그널'
중국은 다시 한 번, 전 세계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금속과 광물, 그리고 무기·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을 겨냥한 '희토류 대포'를 꺼내 들었다. 9일 중국 상무부는 홀뮴(Ho)·어븀(Er)·툴륨(Tm)·유로퓸(Eu)·이터븀(Yb) 등 5개 원소를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며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명분은 '국가안보'였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겨냥한 정치적 대응 카드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실제로 시행할 경우 서방 공급망이 단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 무기는 한 번만 쓸 수 있는 단발성 카드"라고 분석한다.
리튬·코발트·흑연 등 주요 광물은 서방에서도 확보가 가능하고, 중국이 공급을 끊을 경우 미국과 유럽이 정제 시설을 직접 구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방의 공포'를 자극하는 심리전을 택했다.
트라피구라의 리처드 홀텀 최고경영자(CEO)는 "광물을 캐는 것보다 가공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매장량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바로 이 '정제 능력'의 70~90%를 쥐고 있으며, 이 점이 서방의 치명적 약점이다.
◆ 트럼프의 약점은 '시장'… 시진핑 "버티면 이긴다"
중국이 자신감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의 '시장 집착'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가 주식시장 급락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완화 신호를 보내거나 협상 가능성을 흘리며 '주가 방어'에 나서왔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요구하는 조건(펜타닐 원료 차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틱톡(TikTok) 금지 등)은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핵심 경제 고문이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기업이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는 점도 베이징이 쓸 수 있는 '간접 압박 카드'로 거론된다.
이에 더해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고율 관세가 결국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고용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즉 "끝까지 싸우는 게 아니라, 미국이 흔들릴 때까지 버티는 것"이 베이징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 "디커플링도 감수"… 중국의 전략적 배수진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부분적 디커플링(탈동조화) 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펜타닐 협력 중단, 미국산 농산물·가금류 수입 금지, 미국 로펌·컨설팅사 활동 제한,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 수입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내수·자립 경제'로의 구조 전환을 선언한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양측의 대결은 경제 논리를 넘어 정치 체력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가 주가와 여론을 의식해 협상 신호를 주고받는 사이, 시진핑은 시장 충격을 감수하며 '인내전' 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자신감은 바로 이 '체제의 차이' 에서 비롯된다.
주가와 여론에 민감한 트럼프와 달리, 시진핑 체제는 시장 충격에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적 여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우위를 확신하고 있다.
WSJ와 로이터 등 서방 외신들은 "트럼프는 시장의 눈치를 보지만, 시진핑은 시장을 통제한다"며 "이번 싸움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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